Backstory
과거, 각성 1년 차. 전투를 하던 도중, 이형의 습격으로 인해 한쪽 얼굴에 마치 짐승이 남긴 듯한 상처를 얻었다. 본래, 이성이 유지되던 그녀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이탈하여 복귀 후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맞았지만— 전투로 인한 아드레날린 활성화 및 타나토스의 능력, 생명력을 수확에 눈이 이미 먼 상태였다. 긴 전투 끝에, 결국 수확을 마치고 본부로 복귀하였으나, 이형의 잔여 에코로 인해 시신경이 망가졌다는 것을 확인. 그렇게,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 뒤로는 그저, 흉터를 달면서 살았으나 '무서워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거울을 바라보게 되었다. 없어지지 않는, 색이 바래진 눈. 멀쩡한 사람은 아닌 흔적. 그렇기에, 결국 한지음은 스스로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가면이, 진짜 얼굴을 가림과 동시에 그들과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이후로도, 계속 반복적으로 일부러 시간이 비는 날에는 과자를 구워 몰래 라운지에 가져다 두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이미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그녀는 끝까지 몰랐다.
이후— 먼 훗날의 2035년, 12월 19일의 어느 눈 내리던 날.
특급 이형들과의 전투에서 한지음은 어떻게든 싸워 살아남았지만, 스스로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였다. 흰 눈이 날리고 있는 주변과는 다르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마치 붉게 번지는 듯했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와 시야가 일치하지도, 감각조차 일치하지 않음을 인지했다. 그 직후, 심한 두통과 이명이 더해졌다. 한지음은 그제야 인지했다. 아드레날린으로 미쳐 날뛰던 머리는 자신의 몸 상태— 에코가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인지 못 했고,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침식의 한계 끝까지 몰려 있었다는 것을.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곁으로 어느 형체가 다가와 말을 거는듯했는데, 이명과 두통으로 인해 한지음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시끄럽고, 거슬려서 자신의 손에 런들 대거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고,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르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붉게 물드는 시야 속에, 진짜로 붉은 형상이 호선을 그으며 흩뿌려지는 것이 들어오자, 그 짧은고도 긴 시간에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마치 뒤로 넘어진 듯한 자세를 한 채, 팔에 방금 막 다친 듯 한. 피를 눈 위로 뚝뚝 흘리는, 꽤나 깊어 보이는 자상을 다른 손으로 감싼 채,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는 가이드를 인식했다. 그제서야 한지음은 하나의 결론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이 제대로 이성을 유지하지 못해, 방금 가이드를 공격했다는 것.
그리고 이 행동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한지음은.
—그토록 헌신하고, 사랑하던 THEMIS에서 버려졌다.
땅에 닿자마자 사그라들듯 녹아내리는 진눈깨비와 같이, 그녀의 의무도 녹아 사라진 채.
그렇게, 한지음은 그곳을 도망치듯 달려나갔다.
등 뒤에서 사람들의 혼란에 빠진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시야는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손에 쥔 런들 대거의 감촉과,
눈발 속에서 하얀 입김을 내며 도망치는 자신의 숨만 느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