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story
2025년 3월.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분명 그랬어야 했다. 새 순이 돋아나고, 나비가 날아다니며 꽃망울이 조금씩 터지기 시작해야 하는 계절인 것이 것이 정상인 달. 차라리, 꽃가루 알레르기 같은 질환의 시작이었으면, 박도아는 이렇게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지끈!!
요란 법석한 소리와 함께, 아래로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주했다. 복슬복슬한 손을.
문을 열고 들어온 부모님이 소리 지르는 것을 목격했다. 침대에 딸이 아닌 웬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떡 하니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박도아의 부모는 진정하지 못하며 어떡하냐고 난리 법석을 피웠고, 박도아는 양손을 들고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보였다. 호들갑이 심한 부모에게 항상 '진정해.'라고 말하며 보인 제스처. 그 제스처에, 박도아의 부모는 그 곰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거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박도아와 그녀의 부모는 심각한 이야기를 나눴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니?"
끄덕.
"공격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고?"
끄덕.
"네가 도아가 맞는지 확인해 보자. 아빠 비상금은 분명히 서재의 사전 안에—"
절레. 아니라는 의사. 박도아가 기억하는 아빠의 비상금 위치는 가족사진 앨범이었다.
"....도아가 맞네. 여보."
"....도아네."
부모는 서로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박도아의 손— 이랄까 곰의 앞발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뭉툭하지만 휘두르면 무조건 찢길 발톱. 그럼에도 부모는 무서워 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딸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아무런 서스럼도 없이 그 큰 앞발을 그저 꼭 쥐여주었다.
"... 아이고, 우리 도아 어떡해."
"어떡하긴 어떡해. 우리 딸인데, 우리가 품는 게 맞지. 네가 곰이 되어도 엄마 배에서 열 달 있다가 나온 엄마 자식이라는 건 안 바뀌어."
"우리 도아 이렇게 커져선, 아빠보다 훨씬 크네."
"잘 됐어. 당신 유전자로 애 키 다 망쳐놔서 슬펐는데, 이제 좀 보기 좋네. 어디 가서 지고 오지도 않을 것 같고."
"여보, 내 키가 왜...?"
그 실없는 농담과 평소 나누던 대화 같은 말에, 박도아의 귀가 뒤로 젖혀지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혹여나, 신고라도 하거나 동물원으로 보내서... 최악의 결과로 사살 당하면 어떡하나 싶은 박도아는 부모님의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릴 뿐이었다. 그런 박도아를 보며, 부모는 그저 곰이 되어버린 딸을 꼭 안아줄 뿐이었다. 곰이 누가 봐도 훨씬 큰 모습이라 제법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상황이었음에도, 부모는 곰을 감싼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 곰이 자신들의 아래에서 태어난, 소중한 딸임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모의 품에서 한참을 훌쩍이던 도중, 초인종과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닫힌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계십니까. THEMIS 한국 지부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