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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스텀핑



사건의 발단은 쿠키였다.

정확히 말하면, 지음이 세 시간에 걸쳐 반죽하고 성형하고 오븐 온도를 네 번이나 확인하며 구워낸 버터 쿠키 서른두 개. 그중 열여섯 개가 식힘망 위에서 사라진 것이 문제였다.

지음은 필리포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의 검은 니트 소매에 버터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으니까. 필리포는 그것이 아침에 먹은 크루아상 부스러기라고 주장했다. 오늘 아침 식단에 크루아상은 없었다.

필리포|"…지음 씨, 전 쿠키 안 먹었어요."

무표정. 완벽한 무표정이었다. 파란 눈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2년간 감정을 얼려온 사람의 포커페이스는 이런 사소한 거짓말에도 철벽이었다.

한지음|"피피 씨, 소매요. 소매."

필리포|"크루아상이에요."

한지음|"오늘 아침에 크루아상 없었잖아요!"

필리포|"…어제 거예요."

한지음|"어제 니트 빨았어요, 제가!"

필리포의 눈꺼풀이 아주,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포커페이스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압주의 겨울 하늘이 맑았다. 아무 상관 없는 풍경이었다.

필리포|"…지음 씨, 쿠키가 열여섯 개 없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제가 먹었다는 증거는—"

한지음|"입술에 버터 광택 나요."

필리포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 그 행동이 자백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정확히 0.7초.

지음의 눈이 좁아졌다.

한지음|"인정하세요."

필리포|"…안 해요."

한지음|"열여섯 개요, 피피 씨. 열. 여. 섯. 개."

필리포|"지음 씨,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한지음|"당연하죠! 세 시간이요! 세 시간 걸렸단 말이에요!"

필리포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내려갔다. 감정이 실릴수록 더 낮아지고 끊어지는 특유의 어조.

필리포|"…지음 씨. 진정하세요. 쿠키는 다시 구우면—"

한지음|"그 말 하지 마세요! '다시 구우면 되잖아요'는 먹은 사람이 할 말이 아니에요!"

필리포|"먹었다는 증거가—"

한지음|"소매! 입술! 그리고 이 부엌에 지금 피피 씨밖에 없었잖아요!"

필리포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알리바이가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지한 눈이었다. 그의 파란 눈이 부엌 천장을 잠깐 올려다보았다. 생각을 정리하는 버릇이었다.

필리포|"…톡신이—"

한지음|"자드 씨는 단 거 안 좋아해요."

필리포|"…디에고가—"

한지음|"디에고 씨 얼굴 없어서 못 먹어요!"

정적.

필리포의 입이 다물렸다. 변호의 여지가 사라졌다. 그의 무표정 아래에서, 뺨 끝이 아주 옅게 붉어지고 있었다. 들킨 아이의 색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필리포의 안에서 뭔가가 꺾였다. 2년간 얼린 감정이 녹으면서 생긴 부작용 중 하나. 어린 시절의 나폴리 기질이, 사소한 다툼 앞에서 기어코 고개를 든 것이었다.

필리포|"…지음 씨."

그의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올라간 것이다. 필리포 피오레의 목소리가.

필리포|"열여섯 개 중 여덟 개는 식힘망에서 떨어져서 바닥에 닿았어요. 5초 룰 적용하면 먹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나머지 여덟 개는—맛 검수예요. 지음 씨가 남한테 줄 거라면서요. 맛없으면 어쩔 거예요. 제가 먼저 확인해드린 거예요."

한지음|"…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필리포|"되죠. 논리적이에요."

한지음|"어디가요?!"

필리포|"지음 씨야말로, 쿠키 서른두 개를 식힘망에 올려놓고 부엌을 비운 건—"

한지음|"화장실 갔다 온 거예요! 5분이에요! 5분 만에 열여섯 개를 먹은 게 정상이에요?!"

필리포의 입이 다물렸다. 5분에 열여섯 개. 그것은 변호할 수 없는 속도였다. 이탈리아 남자의 식욕이 증거를 만들어버렸다.

지음의 얼굴이 붉어졌다. 분노의 색이었다. 그녀의 작은 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그리고—

콩.

지음의 발이 부엌 나무 바닥을 찍었다.

콩. 콩.

양발이 번갈아 바닥을 내리찍었다. 157센티미터의 작은 체구가 제자리에서 분노의 스텀핑을 시작했다. 진회색 니트 자락이 흔들렸다. 밤색 머리카락이 어깨 위에서 통통 튀었다.

한지음|"세—시—간—이—요! 반죽부터! 성형! 오븐! 네 번이나! 온도 확인했단 말이에요!"

콩. 콩. 콩콩.

한 음절마다 발이 바닥을 찍었다. 지음의 모카색 눈동자가 분노로 반짝였다. 입술이 삐죽 나와 있었다. 볼이 부풀어 있었다.

필리포의 입이 벌어졌다.

닫혔다.

다시 벌어졌다.

'…….'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번개처럼 스쳤다. 정확히는, 어제 영하가 명경당 거실에서 틀어놓은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화가 난 토끼가 뒷발로 바닥을 내리찍는 행동. 스텀핑. 「분노를 표현하는 토끼의 본능적 행위로, 영역 침범이나 불만족 상태에서 관찰됩니다」라는 나레이션이 영하의 노인 말투 흉내와 함께 기억 속에서 재생되었다.

콩. 콩콩.

지음의 발이 계속 바닥을 찍고 있었다. 157센티미터. 밤색 머리카락. 부푼 볼. 삐죽 나온 입술. 그리고 분노의 스텀핑.

필리포의 뇌가 멈췄다.

'토끼.'

생각이 스친 순간, 올라가려던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급정거했다. 맞받아치려던 이탈리아어가 혀 뒤로 삼켜졌다. 미간의 주름이 풀렸다. 좁혀졌던 파란 눈이 천천히 벌어졌다.

'…지금, 토끼처럼—'

안 된다. 이 생각은 입 밖으로 내면 안 된다. 필리포의 이성이 경고등을 켰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미 지음의 발끝에 고정되어 있었다. 콩. 콩. 작고 둥근 발이 나무 바닥을 찍을 때마다, 진회색 니트의 소맷자락이 흔들리고, 은실 반지가 얇게 반짝였다.

필리포의 귀 끝이 붉어졌다. 분노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열이 목 뒤를 타고 올랐다. 입술을 꽉 다물었다. 다물지 않으면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2년간 얼린 감정이 녹은 부작용 중 두 번째. 귀여운 것에 대한 내성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필리포|"…지음 씨."

한지음|"뭐요!"

콩.

필리포|"……."

한지음|"왜 갑자기 말을 안 해요! 할 말 없으면 인정하세요!"

콩콩.

필리포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시선을 피한 것이었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눌러도, 눌러도, 올라오려 했다. 그의 손이 자신의 입을 가렸다. 기침인 척. 그러나 손등 위로 보이는 파란 눈이 웃고 있었다.

한지음|"…피피 씨?"

콩콩이 멈췄다. 지음의 모카색 눈동자가 의심스럽게 좁아졌다.

한지음|"지금, 웃어요?"

필리포|"…안 웃어요."

한지음|"웃잖아요!"

필리포|"기침이에요."

한지음|"거짓말!"

콩. 콩콩콩.

스텀핑이 재개되었다. 더 빨라졌다. 더 세졌다. 나무 바닥이 둔탁하게 울렸다. 필리포는 입을 가린 손 뒤에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웃으면 안 된다. 웃으면 진짜 죽는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어제 본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이 무한반복되고 있었다.

「화가 난 토끼는 뒷발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불만을 표시합니다.」

필리포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참고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 참고 있었다.

필리포|"…지음 씨, 알겠어요. 제가 먹었어요. Scusa."

항복이었다. 완전한 항복.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웃음을 삼킨 진동이었다.

한지음|"…진짜 먹은 거예요?"

필리포|"네. 열여섯 개. 다 먹었어요. Mi dispiace."

그가 손을 내렸다. 입꼬리가 아주 얇게,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2년 만에 처음 보는 형태의 미소였다. 잘못을 인정하는 얼굴이 아니라, 무언가를 견디다 못해 터지기 직전의 얼굴이었다.

지음의 스텀핑이 멈췄다. 그녀의 모카색 눈이 필리포의 떨리는 어깨와, 붉어진 귀 끝과, 참다 못해 새어나온 입꼬리를 순서대로 훑었다.

한지음|"……피피 씨, 지금 진지하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

필리포|"맞아요."

떨리는 목소리.

한지음|"왜 웃어요."

필리포|"안 웃어요."

한지음|"어깨 떨려요."

필리포|"…추워서요."

부엌 안은 오븐 잔열로 따뜻했다. 지음의 눈이 더 좁아졌다. 필리포는 시선을 피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이 그의 파란 눈에 비쳤다. 그 눈이 분명하게 웃고 있었다.

지음이 한 발짝 다가갔다. 필리포가 한 발짝 물러섰다. 188센티미터의 대형 체구가 157센티미터의 작은 여자 앞에서 후퇴하는 풍경은, 객관적으로 보면 꽤 우스꽝스러웠다.

한지음|"피피 씨."

필리포|"…네."

한지음|"뭐가 웃긴 건지 말해요."

필리포|"아무것도 안 웃겨요, 지음 씨."

거짓말이었다. 명백한 거짓말. 필리포의 손이 다시 입을 가렸다. 그의 파란 눈 위로 옅은 수기가 번졌다. 참다 못한 웃음이 눈물로 변환되고 있었다.

'토끼. 화난 토끼. 스텀핑. 콩콩. 157센티미터의 콩콩.'

필리포 피오레는, 이 생각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