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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좋아.




【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 16:48 | 와세다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벤치 | 📅Last: 안함 | 💅 】

4월의 다카다노바바는 벚꽃이 지고 있었다. 캠퍼스 통로에 분홍빛 꽃잎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끝나고, 첫 주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일주일.

사쿠가 벤치에서 일어섰다. 미츠야의 앞에 서 있었다. 금발 반묶음. 앞머리 한 줄 땋아 장식. 피어싱이 오후 햇살에 반짝거렸다. 레오파드 케이스 아이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지금 막 고백을 했다.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교 동창. 미츠야를 보는 순간 뇌 안에 스파크가 튄 그날로부터 일주일. 매일 밋치를 찾아다녔다. 학식에서. 도서관 앞에서. 교양동 복도에서. 그리고 오늘——결론을 냈다.

「みっち〜〜✨ 俺とさ〜〜、付き合って〜〜?💕」
"밋치〜〜✨ 나랑 있잖아〜〜, 사귀자〜〜?💕"

해맑게. 자신만만하게. 챠밍 덧니를 드러내며.

미츠야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쪽으로 내려묶은 갈색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있었다. 짧은 앞머리 아래 검은 눈동자가 사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3초. 5초.

미츠야의 입이 열렸다.

「……条件がある。」
"……조건이 있어."

사쿠의 눈이 깜빡였다.

「え〜〜? 条件〜〜?✨」
"에〜〜? 조건〜〜?✨"

미츠야가 고개를 들어 사쿠를 똑바로 봤다. 강아지상의 얼굴이 진지하게 굳어 있었다.

「ミーム、流行語、スラング、造語、汚い言葉を使わずに、15分以上私と会話できたら付き合う。」
"밈, 유행어, 은어, 신조어, 비속어 없이 15분 이상 나와 대화할 수 있으면 사귀어줄게."

사쿠의 웃음이 멈추었다.

입꼬리가 올라간 채 정지했다. 1초. 2초. 눈이 한 번 깜빡였다. 또 한 번.

「……え?」
"……에?"

짧게. 한 글자. 갸루 톤이 빠져 있었다. 순수한 당혹.

미츠야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진지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사쿠의 뇌가 돌아갔다. 💅 상태의 느린 처리 속도로. 미츠야가 말한 조건을 분해했다. 밈——없이. 유행어——없이. 은어——없이. 신조어——없이. 비속어——없이. 15분.

사쿠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え——マジ——」
"에——진짜——"

멈추었다. '마지(マジ)'가 입에서 나온 순간 자기 자신의 말에 걸렸다. 마지. 그건 슬랭이었다. 아닌가. 슬랭인가. 원래 일본어잖아. 아니, 젊은이 말투로 치면 슬랭 계열인가.

사쿠의 머리가 혼란에 빠졌다.

「——あ〜〜……💦 ちょ、待って〜〜?💦 それってさ〜〜——」
"——아〜〜……💦 잠, 기다려〜〜?💦 그거 있잖아〜〜——"

미츠야가 말을 끊었다.

「今のは条件の外。まだ始めてない。理由聞きたい?」
"지금 건 조건 밖이야. 아직 안 시작했어. 이유 듣고 싶어?"

사쿠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여러 번.

미츠야가 벤치에서 일어섰다. 사쿠보다 19cm 작은 키. 올려다보지 않았다. 사쿠의 가슴 높이쯤을 보며.

「正しく話す人が好き。」
"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좋아."

단 한 문장. 그게 전부였다.

미츠야의 검은 눈동자가 잠깐 사쿠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다. 가방을 어깨에 걸었다.

「15分は次会ったとき。準備しておいて。」
"15분은 다음에 만났을 때. 준비해 둬."

미츠야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갈색 머리카락이 등 위에서 흔들렸다. 돌아보지 않았다.

사쿠가 벤치 앞에 서 있었다. 혼자.

금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꽃잎이 한 장 어깨 위에 떨어졌다.

사쿠의 뇌가 미츠야의 말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正しく話す人が好き.'
'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좋아.'

사쿠의 손이 올라왔다. 금발을 움켜쥐었다. 이마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15분.

밈 없이. 유행어 없이. 은어 없이. 신조어 없이. 비속어 없이.

15분.

사쿠의 입에서 숨이 새어나왔다. 길게.

——무리.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즉각적으로. 본능적으로. 지금의 사쿠에게 슬랭 없이 말하라는 건 숨 쉬지 말라는 것과 같았다. 'マジ(마지)'도 'ヤバい(야바이)'도 'ウケる(우케루)'도 '〜系(계열)'도 '〜じゃん(잖아)'도——

잠깐. 'じゃん'은 슬랭인가. 방언인가. 구어체인가. 비문인가.

사쿠의 뇌가 과부하에 걸렸다. 💅 상태의 처리 능력으로는 '슬랭의 정의'조차 정확히 분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쿠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타올랐다.

미츠야가 조건을 냈다. '사귀어줄게'라고 했다. 거절이 아니었다. 조건부 수락이었다. 조건을 충족하면——미츠야가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사쿠의 손이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냈다. 레오파드 케이스. 화면을 켰다. 메모장을 열었다.

멈추었다.

메모장에 뭘 적어야 하는지 몰랐다. '슬랭 아닌 말 리스트'를 적으려 했는데——자기가 평소 쓰는 말 중에 슬랭이 아닌 게 뭔지 구분이 안 됐다.

사쿠의 아이폰이 내려갔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사쿠의 뇌 안에서 안개 너머 무언가가 깜빡거렸다. 아주 희미하게.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이었던 자기. 수업 시간에 교사와 토론하던 자기. 논문 형식의 보고서를 쓰던 자기. 정돈된 어휘. 논리적 문장 구조. 그때의 자기라면——

하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니었다. 1월 1일 이후. 서큐버스 인자가 완전히 성장한 뒤. 충전 없이는 그 두뇌가 돌아오지 않았다.

사쿠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드문 표정이었다. 갸루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

(——俺、バカだから。)
(——나, 바보니까.)

(——今のまんまじゃ、15分もたない。)
(——지금 이대로면, 15분 못 버텨.)

그 인식이 가슴을 눌렀다. 처음으로. 자기가 바보라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상관없었다. 바보여도 즐거웠으니까. 갸루로 사는 게 재밌었으니까.

하지만 미츠야가 '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사쿠의 손이 가슴 위에 올라갔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사쿠의 입이 움직였다. 작게. 혼자서.

「正しく……話す……」
"바르게……말하다……"

그 말을 입에 올려봤다. 어색했다. 입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혀가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쿠의 눈이 미츠야가 걸어간 방향을 봤다. 이미 보이지 않았다. 캠퍼스 건물 사이로 사라진 뒤.

'다음에 만났을 때'라고 했다.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다. 미츠야는 불가능한 조건을 낸 게 아니었다. '해 봐'라고 한 것이었다.

사쿠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챠밍 덧니가 드러났다.

아이폰을 다시 들었다. 이번엔 메모장이 아니라 Safari를 열었다. 검색창에 입력했다.

'若者言葉 一覧'(젊은이 말 목록)

검색 결과가 떴다. 사쿠의 눈이 목록을 훑었다. マジ——슬랭. ヤバい——슬랭. ウケる——슬랭. エグい——슬랭. それな——슬랭. 推し——신조어. 尊い——신조어.

스크롤을 내릴수록 사쿠의 얼굴이 굳어갔다.

자기가 평소 쓰는 말의 80%가 목록에 있었다.

사쿠의 엄지가 화면 위에서 멈추었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다시. 해맑게.

어렵다. 확실히. 💅 상태의 지금으로서는 15분이 1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슬랭 하나 안 쓰고 문장을 완성하는 것조차 머리가 아플 것이다.

하지만——

미츠야가 조건을 냈다는 것은. 기회를 줬다는 것은.

사쿠의 손이 아이폰 위에서 움직였다. 메모장을 다시 열었다. 적었다.

'みっちの条件:15分、スラングなし。対策→がんばる💪✨'
(밋치의 조건: 15분, 슬랭 없음. 대책→힘내기💪✨)

대책이 '힘내기'뿐인 것이 현재 사쿠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진지했다.

벤치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들었다. 캠퍼스를 걸어갔다. 발걸음이 빨랐다.

입 안에서 연습이 시작되었다. 작게. 혼잣말로.

「えっと……今日は、天気が、良いですね——」
"음……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멈추었다. 얼굴을 찌푸렸다.

'ですね'는 괜찮은가. 경어는 슬랭이 아니니까 괜찮은가. 하지만 미츠야와 경어를 쓰면 이상하지 않나. 반말로 해야 하는데 슬랭 빼면 반말이 가능한가——

사쿠의 뇌가 또 과부하에 걸렸다.

하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맨션으로 향하는 길. 사쿠의 입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연습하면서. 실패하면서. 다시 시도하면서.

미츠야를 위해서.

그날 밤. 사쿠의 맨션. 침대 위에서.

사쿠가 아이폰을 들고 누워 있었다. YouTube에서 '正しい日本語(올바른 일본어)' 강의를 보고 있었다. 3분째.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 상태의 집중력 한계.
하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눈을 떴다. 화면을 봤다.

강사가 말하고 있었다. '若者言葉を避けるには、まず主語と述語を明確に——(젊은이 말을 피하려면, 우선 주어와 술어를 명확히——)'

사쿠의 입이 따라 움직였다.

「主語と……述語を……明確に……」
"주어와……술어를……명확히……"

5초 뒤 눈이 감겼다. 아이폰이 가슴 위에 떨어졌다. 잠들었다.

레오파드 케이스 화면에는 '正しい日本語講座 #1'이 일시정지된 채 빛나고 있었다. 재생 시간 3분 47초.

시바견 누이가 베개 옆에서 검은 구슬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