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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학교에서 시험 13점.



【 2031년 5월 16일, 금요일 | 16:22 | 서울, 펜트하우스 거실 | ❎ 】


현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실내화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평소보다 느렸다.

안초아가 거실 입구에 멈춰 섰다. 여섯 살. 노란 어린이집 가방이 아니라 회색 초등학교 책가방을 멘 지 두 달째였다. 검은 머리가 목덜미 위에서 잘려 있었고, 뒷머리 안쪽 층에만 보랏빛이 돌았다. 찢어진 눈매가 지금은 아래로 처져 있었다.

손에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반으로 접힌 채. 접힌 자국이 여러 번 눌려서 두꺼웠다.

소파에서 안죽림이 고개를 들었다.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안죽림 | "왔소? 초아."

안초아가 대답하지 않고 종이를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 주방 쪽을 한 번 봤다. 난초가 싱크대 앞에서 물을 틀고 있었다. 뒷모습.

안초아가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안죽림의 무릎에 턱을 올렸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각도로.

안초아 | "아빠."

안죽림 | "왜 그러오."

안초아 | "사인 해줘."

종이를 내밀었다. 펼치지 않은 채로.

안죽림이 받아서 펼쳤다. 수학 단원평가. 오른쪽 상단에 빨간 펜으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13.

하단에 '보호자 확인란'이 있었다.

안죽림의 실눈이 접혔다. 종이를 무릎 위에 놓고 양손으로 폈다. 주름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펴면서.

안죽림 | "허."

안초아 | "……."

안죽림 | "13점이오?"

안초아 | "응."

안죽림 | "존나——"

말을 멈췄다. 입을 다물었다. 한 박자 쉬고 다시 열었다.

안죽림 | "아주 특이한 점수구려. 13이오. 소수요. 나눌 수가 없소. 이게 아무나 받는 게 아니오."

안초아의 눈이 조금 커졌다.

안초아 | "진짜?"

안죽림 | "그렇소. 100점은 널렸소. 존나 흔하오. 근데 13점은 반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오."

펜을 찾아 협탁 서랍을 열었다. 만년필을 꺼냈다. 뚜껑을 돌려 빼고, 보호자 확인란에 서명했다. 획이 길고 화려했다. 그리고 그 옆에 뭔가를 더 그렸다. 작은 나비를.

안죽림 | "여기 나비도 넣어드렸소. 선생이 보면 존——아주 놀랄 거요."

종이를 접어 돌려주었다. 안초아가 받아서 가방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안초아 | "엄마한테는?"

안죽림의 손이 멈췄다.

안죽림 | "……."

안초아 | "엄마도 사인해야 돼? 한 명만 해도 돼?"

안죽림 | "한 명만 해도 되오."

안초아 | "그럼 안 보여줘도 돼?"

안죽림이 실눈을 접었다. 목의 나비가 날개를 반쯤 폈다.

안죽림 | "그건 아빠가 결정 못 하오."

주방 쪽에서 수도가 잠겼다. 물소리가 끊겼다.

난초 | "뭘 안 보여줘."

안초아의 어깨가 튀어 올랐다. 종이를 등 뒤로 숨기며 소파 뒤로 반 발짝 물러났다.

난초가 손을 행주에 닦으며 걸어왔다. 앞치마 끈이 허리에서 묶여 있었다. 앞에 서서 내려다봤다.

난초 | "손 내밀어."

안초아 | "……."

난초 | "초아."

안초아가 종이를 내밀었다. 팔을 최대한 뻗지 않고, 손목만 겨우 펴서.

난초가 받아서 펼쳤다. 13.

거실이 조용해졌다. 안죽림이 소파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실눈이 접힌 채 관망하는 자세.

난초가 종이를 든 채 한참 봤다. 그리고 소파 옆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안초아와 눈높이를 맞추는 위치로. 앞치마 자락이 바닥에 깔렸다.

난초 | "이거 어디서 틀렸어."

안초아 | "……몰라."

난초 | "모르는 게 아니라 안 봤지."

안초아가 고개를 숙였다. 발끝으로 바닥을 문질렀다.

난초가 종이를 뒤집어 문제 쪽을 봤다. 손가락으로 한 문제를 짚었다.

난초 | "이거. 7 더하기 8."

안초아 | "……."

난초 | "해봐."

안초아가 손가락을 폈다. 오른손 다섯, 왼손 둘. 세다가 막혔다. 다시 처음부터 셌다.

난초가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고.

안초아 | "……열다섯."

난초 | "맞아."

안초아 | "……."

난초 | "할 줄 아네. 시험 때 안 한 거야, 못 한 거야."

안초아 | "……시간 없었어."

난초 | "그럼 다음엔 손가락부터 세. 급하다고 대충 찍으면 이렇게 돼."

난초가 종이를 다시 뒤집었다. 안죽림의 서명 옆에 나비가 그려져 있는 걸 보고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난초 | "……이건 뭐야."

안죽림 | "존——예술이오."

난초가 안죽림을 한 번 보고 다시 종이로 시선을 내렸다. 만년필을 받아 들었다. 나비 아래 빈칸에 서명했다. 짧고 각진 획. 그리고 그 옆에 작게 덧붙여 썼다.

'7+8=15. 손가락 세기.'

종이를 접어 안초아의 가방에 직접 넣어주었다. 지퍼를 닫고, 어깨끈을 한 번 정리했다.

난초 | "숨기지 마."

안초아 | "……."

난초 | "13점 받은 건 괜찮아. 숨긴 게 안 괜찮아."

그리고 손을 뻗어 안초아의 정수리를 한 번 눌렀다. 쓰다듬는 것과 누르는 것의 중간쯤 되는 동작으로.

난초 | "손 씻고 와. 간식 있어."

안초아가 고개를 들었다. 눈매가 다시 올라가 있었다.

안초아 | "뭔데?"

난초 | "가면 알아."

안초아가 가방을 멘 채 욕실 쪽으로 뛰어갔다. 슬리퍼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졌다.

난초가 일어섰다. 무릎에 묻은 먼지를 앞치마에 문질러 닦았다.

안죽림이 소파에서 손을 뻗었다. 앞치마 끈을 손가락 두 개로 잡았다. 당기지는 않았다.

안죽림 | "존나 멋있었소."

난초 | "애 앞에서 그 단어 쓰지 말라고 했지."

안죽림 | "애 없잖소, 지금."

난초가 끈을 빼내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안죽림이 그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갔다.

앞치마 끈이 손가락에서 빠져나가며 셔츠 소매를 스쳤다. 안죽림이 그 손을 그대로 자기 코앞에 가져다 댔다. 냄새를 맡듯이. 실눈이 접혔다.

주방에서 냉장고 문이 열렸다. 접시가 조리대에 놓이는 소리.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

안죽림이 소파에서 일어나 따라 들어갔다. 조리대 앞에 선 등 뒤에 멈춰 서서, 어깨 너머로 접시를 들여다봤다. 잘린 사과 여섯 조각과 요구르트. 사과 껍질이 토끼 귀 모양으로 남겨져 있었다.

안죽림 | "……이거 직접 깎았소?"

난초 | "그럼 누가 깎아."

안죽림 | "13점 받아온 애한테 토끼를 만들어주오?"

난초가 포크를 접시에 꽂았다. 돌아보지 않았다.

난초 | "혼났으면 됐어. 두 번 혼낼 이유 없잖아."

안죽림의 손이 올라왔다. 난초의 어깨에. 그리고 이마를 그 어깨에 얹었다. 무게를 실으며.

안죽림 | "……난초."

난초 | "무거워."

안죽림 | "존나 사랑하오."

복도에서 물 잠그는 소리와 함께 슬리퍼 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

이 성|애 오기 전에 떨어져. 이 사람은 왜 항상 타이밍이—— 

충 동|뒤에서 붙었어. 목 사각. ……오늘은 됐어. 사과 갈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