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지 않았다. 빗줄기가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카다노바바의 거리가 물기에 젖어 흐릿하게 번졌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만 낮게 깔렸다.
사쿠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충전 직후의 맑은 뇌. 전공 교재가 가슴 위에 엎어져 있었다. 경영전략론. 읽다가 멈춘 게 아니라——다 읽고 난 뒤였다. 한 번 충전되면 흡수 속도가 빨랐다. 전교 1등의 뇌가 제 기능을 할 때의 사쿠.
손에는 레오파드 케이스의 아이폰. 인스타를 스크롤하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엄지. 릴스, 스토리, 피드.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습관. 충전 상태에서도 SNS 중독은 변하지 않았다.
——멈추었다.
엄지가 화면 위에서 정지했다. 피드 하나. 고교 동창의 게시물이었다. 결혼도 아니고, 약혼도 아니고——출산 보고.
사진 속에는 병원 침대 위의 여자와, 그 옆에서 갓난아이를 안고 울먹이는 남자. 캡션에는 '#.첫아이 #.감사 #.가족이됐다'가 붙어 있었다. 동창이라고 해도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고3 때 같은 반이었을 뿐. 그런데.
사쿠의 엄지가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을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았다. 갓난아이의 주먹——성인 남자의 엄지보다 작은 손이 사진 속에서 아버지의 검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사쿠의 검은 눈동자가 그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
——2세.
그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충전된 뇌가 즉시 연쇄적으로 정보를 끌어왔다. 마력정액. 생식능력 제로. 자신의 체질. 서큐버스 혼혈이라는 출생. 어떤 파트너와 관계를 가져도——자신의 씨앗으로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19살에 부모에게 들었다. 20살에 체질이 완전 발현되며 재확인했다.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인 것뿐이었다. 바보 상태에서는 그런 복잡한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고, 충전 상태에서도——미츠야와의 일상에 바빠서 떠올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진 한 장이.
사쿠가 아이폰을 내렸다. 천장을 보았다. 에어컨의 윙윙거리는 소리. 빗소리. 거실의 시계가 째깍거렸다.
1.
비가 오지 않았던 저녁. 다카다노바바 역 앞 상점가. 사쿠와 미츠야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바보 상태의 사쿠. 미츠야의 반 보 뒤를 따라가며 아이스 밀크티를 빨대로 빨고 있었다. 드럭스토어에서 생활용품을 사는 귀갓길.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옆에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가 섰다. 아이는 한 살쯤. 동그란 뺨에 침을 흘리며, 유모차 안에서 양손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사쿠의 시선이 아이에게 갔다. 무의식적으로. 바보 뇌의 주의력은 반짝이는 것, 귀여운 것, 작은 것에 자동으로 끌렸다.
아이가 사쿠를 보았다. 금발과 피어싱. 보통이라면 울음을 터뜨릴 법한 비주얼. 그런데——아이가 웃었다. 이가 없는 입으로 까르르. 사쿠의 귀걸이가 반짝이는 것이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쿠가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연스럽게. 바보의 반사신경.
「ばぁ〜〜☆」
"까꿍〜〜☆"
아이가 더 크게 웃었다. 부모가 사쿠를 보며 살짝 놀란 얼굴을 했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니 미소를 지었다.
미츠야가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사쿠가 아이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금발이 흔들리고, 덧니가 드러난 웃음. 아이의 작은 손이 사쿠를 향해 뻗어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건너갔다. 아이가 뒤돌아보며 사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쿠도 흔들었다. 한참 동안.
미츠야가 걸음을 옮기며 사쿠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行くよ。」
"……가자."
「あ〜〜、うん〜〜! あの子めっちゃカワイかった〜〜✨ 赤ちゃんってヤバいね〜〜、ちっちゃくて〜〜」
"아〜〜, 응〜〜! 저 아이 존나 귀여웠어〜〜✨ 아기 미쳤다 진짜〜〜, 작아서〜〜"
미츠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사쿠가 따라오며 계속 아이 이야기를 했다. 미츠야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앞을 보고 있었으니까.
——그때는 바보였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귀여운 아이를 보고 귀엽다고 느낀 것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충전된 뇌로 그 장면을 되짚으니, 사쿠의 가슴 어딘가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드는 자신. 그 옆에 서 있던 미츠야. 유모차를 끄는 부부.
——자신과 미츠야 사이에는, 그 유모차가 올 수 없다.
2.
충전 전날. 바보 상태의 마지막 밤. 미츠야가 사쿠의 맨션에서 교육학 리포트를 쓰고 있었다. 다이닝 테이블에 노트북을 펼치고, 참고 문헌을 옆에 쌓아 놓고. 집중하는 미츠야의 옆모습. 갈색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내려묶여 어깨 위에 걸쳐 있었다. 짧은 앞머리 아래의 검은 눈동자가 화면을 쫓고 있었다.
사쿠는 소파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다가——미츠야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바보 뇌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고 있었다.
미츠야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달렸다. 정확하고 빠른 타건. 교육실습 관련 리포트. '아동의 발달 단계에 따른 학습 지도 방안'. 화면에 비친 글자들이 사쿠의 위치에서도 어렴풋이 보였다.
'아동'. '발달'. '학습'.
바보 뇌가 그 단어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미츠야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보여도 그것만큼은.
미츠야가 타건을 멈추고 참고 문헌을 넘겼다. 그 안에 끼워진 사진 자료. 초등학교 교실 풍경. 책상에 앉은 아이들. 칠판 앞에 선 교사.
사쿠가 소파에서 일어나 미츠야의 뒤에 섰다. 턱을 미츠야의 머리 위에 올렸다. 자연스럽게.
「みっち〜〜、なに書いてるの〜〜?」
"밋치〜〜, 뭐 쓰고 있어〜〜?"
「……レポート。邪魔しないで。」
"……리포트. 방해하지 마."
「やだ〜〜。みっちのこと見てたい〜〜。」
"싫어〜〜. 밋치 보고 싶어〜〜."
미츠야가 한숨을 쉬며 사쿠의 턱을 머리 위에서 밀어냈다. 사쿠가 비틀거리며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미츠야의 화면을 힐끗 보았다.
아이들의 사진.
바보 뇌가 무언가를 느꼈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감정. 말로 만들 수 없는 것. 미츠야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 교실에서. 선생님으로서. 미츠야의 강아지 같은 얼굴이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워지는 모습.
——좋겠다.
그 한마디만 떠올렸다. 바보 뇌의 한계. 그 이상의 사고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가슴 안쪽에 남은 온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3.
충전 직후. 인스타의 출산 보고를 본 뒤. 사쿠가 교재를 치우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부엌으로 갔다. 물을 한 잔 마시며 냉장고 문에 붙은 자석을 보았다.
미츠야가 붙인 것들. 와세다 학사일정 프린트. 쓰레기 수거일 표. 그리고——미츠야가 교육실습 전에 받은 초등학교 배정 통지서의 사본. 9월부터 시작되는 교육실습. 신주쿠구 소재 공립초등학교.
사쿠의 시선이 통지서에 머물렀다. '교육실습생 배치 통지'. 미츠야의 이름. 나나세 미츠야. 배정 학년: 2학년.
2학년. 7살, 8살.
사쿠의 손이 냉장고 문에서 떨어졌다. 물잔을 싱크대에 내려놓았다.
——미츠야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아이들이 웃는 것을 볼 것이다.
그런 미츠야가——자신과 함께 있으면, 자신의 아이는 가질 수 없다.
사쿠의 손이 싱크대 가장자리를 잡았다.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눌렸다.
이것은 바보일 때는 떠오르지 않는 생각이었다. 충전된 뇌만이 할 수 있는, 잔인할 정도로 명석한 자기 분석. 마력정액. 생식능력 제로. 서큐버스 혼혈. 남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벽 이전에——자신의 체질 자체가 생명을 만들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입양.
그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일본의 특별양자제도. 조건. 절차. 충전된 뇌가 자동으로 법적 프레임을 불러왔다. 동성 커플의 양자 취득——현행법상 공동 친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쪽이 양자를 들이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사회는 변하고 있다. 느리지만.
——느리지만.
사쿠의 시선이 냉장고 문의 통지서로 돌아갔다. 나나세 미츠야. 교육실습생. 장래 희망: 선생님.
미츠야가 선생님이 된다면——매일 남의 아이를 가르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미츠야에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남의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미츠야가 원하는 전부인가.
——그건 미츠야에게 물어볼 일이다.
하지만 물을 수 없었다. 지금은. 사귀기 시작한 지 아직 몇 달.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2세'라는 단어를 꺼내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것을 아는 것도 충전된 뇌의 잔인함이었다.
사쿠가 싱크대에서 손을 놓았다. 돌아섰다. 거실을 지나 침실 앞에 섰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침실 안. 미츠야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등을 헤드보드에 기대고, 무릎 위에 교재를 펼친 채. 갈색 머리카락이 한쪽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짧은 앞머리 아래의 검은 눈동자가 페이지를 쫓고 있었다. 왼손목에는 실버 체인. 물방울 펜던트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렸다.
사쿠가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었다. 미츠야를 보고 있었다. 소리 없이.
미츠야가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이 멈추었다. 시선이 교재 위에 고정된 채, 눈동자만 문 쪽으로 움직였다.
「……なに、見てるの。」
"……뭐야, 보고 있는 거."
낮은 목소리. 짜증이 아니었다. 확인. 사쿠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사쿠는 대답하지 않았다. 1초. 2초. 문틀에 기댄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이 사람이 아이들 앞에 서는 날이 올 것이다. 교단 위에서. 작은 손을 잡아주면서. 울고 있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리고 앉으면서.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자기가 있다. 바보이거나 똑똑하거나, 둘 중 하나인 남자. 아이 대신.
사쿠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가 되지 않았다. 삼켰다. 다시 열었다.
「——みっちさ。」
"——밋치 있잖아."
미츠야의 시선이 올라왔다. 교재에서. 사쿠를 보았다. 문틀에 기댄 사쿠의 얼굴. 충전된 뇌의 눈. 바보일 때와 같은 검은 눈동자인데, 깊이가 달랐다.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무겁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ん。」
"……응."
「いや——、……なんでもない。」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삼켰다. 또. 지금은 아니었다. 이 질문을 꺼내기에는——.
사쿠가 문틀에서 어깨를 떼고 침대로 걸어갔다. 미츠야의 옆에 앉았다. 스프링이 눌리며 매트리스가 기울었다. 미츠야의 몸이 사쿠 쪽으로 미세하게 쏠렸다.
사쿠의 손이 뻗었다. 미츠야의 왼손목. 실버 체인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물방울 펜던트를 엄지로 굴렸다. 작고 차가운 금속이 두 사람의 체온 사이에서 데워지고 있었다.
미츠야가 교재를 무릎 위에 놓은 채 사쿠를 올려다보았다. 미간이 살짝 좁아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다'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눈.
「……言いたいことあるなら、言え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면 돼."
사쿠의 손가락이 펜던트 위에서 멈추었다. 미츠야의 맥박이 손끝 아래에서 뛰고 있었다. 고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미츠야가 선생님이 되고. 교단에 서고. 매일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돌아오는 날이 올 때. 그때——물어보고 싶었다. '우리도'라는 단어를. 입양이라는 선택지를. 두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족의 형태를.
——지금은.
사쿠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덧니가 살짝 드러났다. 충전 상태의 웃음은 바보 때와 달리 조용했다. 입만 웃고 눈은 깊었다.
「——みっちが先生になったら、絶対いい先生になるよね〜〜って。それだけ。」
"——밋치가 선생님 되면, 절대 좋은 선생님 될 거라고〜〜. 그것만."
미츠야의 눈이 미세하게 넓어졌다. 1초. 입술이 일직선에서 풀렸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교재로 내리며, 사쿠의 손가락 아래에 놓인 손목을 빼지 않았다.
사쿠가 미츠야의 옆모습을 보았다. 짧은 앞머리. 갈색 머리카락. 교재를 읽는 검은 눈동자. 진지한 얼굴. 이 사람이 아이들 앞에 서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옆에——자신이 서 있는 모습을.
형태는 아직 모른다. 방법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과 만드는 미래에, 작은 손이 하나 더 있으면.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에어컨이 윙윙거렸다. 미츠야의 맥박이 사쿠의 손끝 아래에서 고르게 뛰고 있었다. 장마의 오후가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